중학생 A(14) 양은 최근 들어 툭하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고, 사소한 일로도 가족들에게 자주 화를 낸다. 두통이나 복통을 자주 호소하는가 하면, 우울하고 불안하고 답답한 기분이 해소가 되지 않을 때는 충동적으로 필기구로 팔을 찌르는 자해행동을 하기도 했다. A 양의 부모는 사춘기 증상쯤으로 여기고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점차 증상이 심해지자 결국 A 양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A 양은 의료진과의 상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을 하면서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졌는데 올 들어 다시 대면수업을 시작하니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불편하고 수업에도 적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청소년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교에서 또래 집단과 어울리며 자연스러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방 안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으로만 소통하는 시간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단절과 수업 방식 변화로 인한 부적응은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1년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울감 경험률과 스트레스 인지율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모두 악화됐다. 외로움 경험률과 중등도 이상의 범불안장애 경험률 또한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등교와 대면 수업이 재개되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심각한 반응성 괴로움이 나타나고, 또래 관계 문제나 학교 부적응 등의 기능장애를 초래한다면 적응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가나병원 어다솜 진료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청소년들에게는 작은 사건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개인별 취약성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이를 사춘기 증상 등으로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적응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일 경우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보일 뿐 아니라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우울장애도 고려해야 한다. 명확한 우울감이나 수면, 식사의 변화 등 생리적 증상은 보이지 않은 채 과민한 기분이나 과다행동, 비행, 공격성, 신체적 호소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것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청소년기에는 이런 가면성 우울증이 흔하다. 사춘기, 반항장애, 품행장애 등으로 오해할 수 있어 가족들을 포함한 주변의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의 예방, 치료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중요하다. 이는 개인이 어려움과 위기를 겪을 때 그것을 잘 극복하고 원래의 기능으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청소년이 가족, 학교, 사회와 안정적이고 지지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회복탄력성은 더욱 잘 발휘될 수 있다.
어 과장은 “청소년기의 정서적 문제는 성인기 정신 건강문제와도 연결된다”며 “자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증상을 발견해 병의 진행을 예방하고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